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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RI BOB] BoB 13기 보안컨설팅트랙 합격 그리고 수료 회고 본문
솔직한 BoB 지원 동기
작년 이맘때(4월)쯤, 나는 심한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끝에, 워킹홀리데이를 알아보며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Girls in ICT 행사에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곳에서 만난 Cisco의 컨설턴트님, 그리고 웃기지만 소개팅으로 만나게 된, 딜로이트 F&B 부문에서 컨설턴트로 활약 중이신 분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컨설팅'이라는 업무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하지만 뜬금없는 분야의 컨설팅을 준비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동안 꾸준히 공부해온 보안을 기반으로 보안 컨설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컨설팅을 제대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내가 가진 정보 속에서 떠오른 유일한 해답은 바로 BoB였다.
BoB 지원 여부를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보고자, 자기소개서 작성도 미룬 채 1주일간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함께한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리는 함께 BoB에 지원하기로 결심했고, 귀국 후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귀국한 시점은 이미 5월 중순이 훌쩍 지난 시기였고,
BoB의 서류 지원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지원 서류 및 인적성 검사
BoB 지원을 준비할 때, 모든 것이 막막했다.
나 자신이 한없이 부족해 보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와 논술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는데,
정작 BoB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을 땐 혹평만 돌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드백’이란 단어 자체가 두려워졌다.
또 갈아엎으라고 할까 봐, 내가 너무 부족해 보일까 봐— 겁이 났다.
나는 성장하고 싶어서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건데, 왜 마치 ‘완벽한 나’를 요구하는 것 같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실 BoB를 수료한 선배들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드리고, 첨삭도 받고, 예상 질문도 받고 싶었지만…
그런 부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교수님께 조언을 구했고,
모의면접도 보며 자소서를 다시 쓰고 또 쓰는,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더 간절해졌다.
자기소개서에는 과한 포장 없이, 정말 진심만 꾹꾹 눌러 담아 제출했다.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큼은 확실히 담았다고 생각한다.
자소서 작성 팁
1. 너무너무 당연하지만 제일 중요한 : 두괄식으로 적기
2. 받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 떠올리면서 쓰기, 답변 못할 내용 적지 않기
3. 솔직하게 적기, 진심은 통한다 ..
서류 합격 이후에는 간단한 보안 지식 시험과 인적성 검사를 봤다.
다행히 그 과정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면접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해서 지원하고 붙었으면 싶었던 적이 처음이었다.
면접장에 갈 때 1호선을 잘못 타서 급하게 버스를 쫓는데, 구두를 신고 뛰다보니 정말 많이 힘들었다. 다음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시간 넉넉하게 가야지. 센터에 도착하니 총동문회 스태프분들께서 자리를 안내해주셨고, 감사하게도 말을 걸어주시며 분위기도 많이 풀어주셨다. 
우리 면접장에는 면접관님 5분, 그리고 면접자 3명, 이렇게 들어갔다.
면접장에 들어갈 때에는 3분 자기소개를 외워갔다. 
1. 키워드
2. 어떤 사람인지, 그에 대한 근거
3. 과거 경험으로부터 어떻게 성장하는 사람인지
4. 그래서 왜 지원했는지
5. 와서는 어떤 것을 하고싶은지
이렇게 잘 정리해서 외웠는데, 막상 면접장에 가니 쏙쏙 빼먹은 것들이 엄청 많았다.ㅋㅋㅋ 
그리고 받았던 질문은
1. 자소서 기반 : 조금 특이했던 질문 - "보안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넘치는가?"
2. 프로젝트 기반 : 과거 프로젝트 진행 방법, 구체적인 내용 - 정말 단순히 궁금해서, 그리고 진짜 내가 했는가에 대하여 체크하려고 여쭤보신 것 같았다. 
크게 이 두 범주로 질문이 들어왔었고, 그 외에는 공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 
면접은 20분에서 30분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고, 면접장을 나와서 함께 들어간 분들께 꼭 붙어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뒤,, 다시 보지 못했다.
면접 팁
지나고 와서 생각해보니 컨설팅트랙 멘토님들은 면접 당시에 대체로 온화하셨고, 교육생들의 태도와 준비된 자세 정도를 보시는 듯하였다. 교육생의 자세란, 배우려는 자세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겸손이다.
BoB는 ‘내가 완벽해서 가는 곳’이 아니었다. 성장하고 싶어서, 진짜 배워보고 싶어서 가는 곳이다. 그렇다고 배우고 싶은 마음 하나로 다 되는건 아닌 것 같다 .. ^^,,
교육 과정
1단계 (2주) - 공통교육
발대식, 그리고 워크숍이 끝나고... 바로 1단계 수업을 들어갔다. 스케쥴이 많이 바빴고, 출퇴근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워크숍 때 친해진 멤버들과 때떄로 수업 후 술을 즐길 여유가 됐었던 것 같다 ㅎㅎ
공통 교육인 만큼, 타트랙 분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간이었다. 저 때가 지나면 이제 한 번도 인사를 안해본 사람과는 교류가 어려워졌다. (우리는 프로젝트도 트랙끼리 했으니)
1단계 - 트랙교육
가상기업
BoB 보안컨설팅 트랙(이하 컨트랙)에서는
“가상기업 프로젝트”라는 아주 독특하고 실전적인 과제를 수행한다.
컨트랙 교육생들이 조를 이루어 하나의 가상 기업을 직접 설립하고,
다른 팀과 서로 보안 컨설팅을 주고받는 구조다.
RFP를 작성하고, 범위를 조율하고, 리소스를 투입해서
실제 기업과 유사한 프로세스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최종 발표까지 이어진다.
내 팀은 IT 분야 기업을 맡게 되었다.
마침 팀원 중 한 명이 IT 교육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갔다.
비슷한 업계 기업들의 재무제표, 매출 구조, 비즈니스 모델(BM)을 분석하고,
조직도와 내부 구조까지 각종 컴플라이언스를 고려하며 배치해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작은 규모의 ‘소꿉놀이’ 같지만,
그만큼 진지했고, 무척 실전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실제 기업의 대표님들과 직접 소통하며 인사이트를 얻었던 순간들이다.
인프런 대표님께는 동시통역(더빙) AI 서비스에 대해 여쭤봤는데,
놀랍게도 이미 그 부분을 구상 중이라고 하셨다.
최근에는 실제로 인프런이 유명 강사의 강의를 단독 더빙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접했다.
그 경험은 나에게 “내가 궁금한 걸 두려움 없이 묻고, 소통하며 배운다”는 나만의 강점을 발견하게 해줬다.
대표님이 정성껏 응답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고, 아직도 따뜻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감사합니다 이형주 대표님!
이후, 우리가 만든 가상 기업은 다른 팀에게 보안 컨설팅을 의뢰했다.
서로 RFP를 주고받고, 미팅을 통해 진단 범위와 방법을 조율하고, 진단 인력까지 정하는 등 정말 리얼한 컨설팅 업무를 경험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 더 재미있게, 여유롭게 임할 걸 그랬다.
그 당시에는 너무 긴장하고, 모든 게 처음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진지했고, 성장의 계기였던 프로젝트였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툴렀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가상기업은 사이드 프로젝트 처럼 진행되었고, 사실은 컨설팅 트랙 교육도 바쁘게 진행되었다. 교수님, 토스, 금융공기업, 금융보험, KISA, 삼성전자, LG CNS, 현대, 등 정말 많은 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신 분들께 보안 컨설팅이란 무엇인지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 노하우, 사례 등을 알려주셨다. 정말 재미있는 수업들이 많았다. 개인정보보호법 수업은 몰입도가 너무 높은 명강의였고, 기술적으로 배우고싶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직접 실습을 해보며 친절히 알려주셨다. 무선랜 해킹 실습을 위해서 멘토님께서 직접 실습 도구 까지 가져와주셨고, 또 리버싱 수업 때에는 멘토님께서 돌아다니시면서 어떤게 어려운지 같이 봐주시기도 했다. 발표 연습 수업도 있었는데, 배우고 끝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되새기고 스스로 훈련시키며 성장해나가야한다. 당시엔 정신없이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맥락이 보이고, 연결되고, 실전과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요즘도 때때로 필기노트를 복기하고는 하는데, 다시 보니 강의들이 정말 금쪽같고 하나같이 굉장히 유용하다. 
2단계 - 프로젝트
[ 프로젝트 회고 글 To Be Developed... in another post.. not here]
3단계
[공통 심화 교육] & [그랑프리]
1단계 교육과 비슷하게 트랙 심화 교육 대상자가 아닌 교육생들은 공통 교육을 듣게 된다. 1,2 단계를 거치면서 아는 것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더 쉬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많이 배워야함을 깨닫게 한 교육이다. 
그랑프리 역시 창업 준비를 하려는 팀들에게 좋은 경험이다. 나는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때도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몰랐던 것이 많았다. 지금 다시 하게 된다면 다르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트랙의 다양한 교육생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부족했어서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수료, 그리고 그 후 회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수료식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기억은 점점 미화되고 있고, 그 시간들은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그땐 그랬지 :)” 와 “그땐 그랬지 :<”
그 두 감정이 묘하게 공존한다.
사실 나는 원래 기억이 빠르게 미화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힘들었던 순간들보다는 그 안에서 쏟았던 열정과 에너지가 먼저 떠오른다. 
죽을 만큼 힘들기도 했고, 실제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때의 내가 많이 그립다. 연애와 같은건가..
사람들도 많이 그립다. 그렇게 온전히 순수하게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열정적인 단체를 언제 또 만나볼 수 있을까 ..
조금씩 이 포스트들을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BoB 14기 지원 시즌이 돌아왔다.
누군가의 시작점이 될 시기를 바라보는 마음은 묘하게 부럽다.
가끔 내가 “BoB 때가 그립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들 “너 그때 진짜 다 죽어가던 사람이었잖아. 어떻게 그게 그리워?” 라고 되묻는다.
사실 나도 좀 의아하다.
그때는 그냥 하루빨리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잘되고 싶기도 했고,
모순적이지만… 마치 수능 같았달까.
실은 나는 재수 시절도 그립다. 아마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하.
그리고 BoB를 수료하니, 난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만하는것은 절대 절대 아니지만! 
도를 닦고 수련을 한 만큼, 난 어디서든 잘 살아남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ㅎㅎㅎ,,, (도전과 경험으로 성장하는 사람 is me에요)
한가지 부작용 : 관심분야를 좁히고 싶었지만, BoB하고 나서 더 넓어짐 ㅋㅋ 
아무튼 .. 이 글을 보는 미래 BoB 교육생분들은 부디.. 행복한 교육생활 누리시고, 만끽 하시고,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하시길 바라요...
프로젝트 회고 글 To Be Continued...